버지니아텍 참사 2년 지났어도···희생자 유가족 고통 '여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꼭 2년이 됐지만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전히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 참사 현장이었던 버지니아텍의 ‘노리스 홀’은 리모델링을 거쳐 ‘평화 및 폭력방지센터’라는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났지만 유족의 상처마저 리모델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센터의 소장을 맡게 된 저지 노웍 교수는 14일 “어제 노리스 홀을 찾았는데 솔직히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 그 장소에 평화센터가 들어서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노웍 교수는 참사 당시 노리스홀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강의하던 아내를 잃었다. 그래도 그는 평화센터 설립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것이 참사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센터는 이미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각종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참사 2주년이 되는 오는 16일 버지니아공대의 모든 수업은 휴강된다. 대신 노리스홀에서는 ‘폭력 및 폭력방지센터’ 개소식과 함께 캠퍼스 곳곳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촛불 추모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들에게는 가족이 끔찍한 참변을 당한 이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이 슬픔을 극복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환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뉴저지주 플레밍턴에 거주하는 마이클 폴 씨 부부는 여전히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를 찾는 것이 두렵다. 참사 당시 아들을 잃은 이들은 16일에 학교 대신, 아들이 묻힌 집 근처의 묘지를 찾을 계획이다. 안정을 찾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 유족들도 있지만, 폴 씨 부부와 같은 유족들은 학교 당국의 당시 대처에 적개심을 갖고 답답한 심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사건 당일 학교 당국이 취한 조처에 대해 아직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대학 측은 참사 당일 아침 일찍 범인 조승희가 기숙사에서 2명의 학생을 총기로 살해했음에도 수업중단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2시간여 뒤 노리스홀에서 30명의 교수와 학생이 희생되도록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폴 씨 부부는 범죄에 대응하는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대학 측 관리들이 긴급상황에 대한 결정을 너무 쉽게 내렸다면서 “스티거 총장과 마주 앉자 진실하게 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런 자리를 정식으로 대학 측에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라며 “진실을 알지 못 하면 상처는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티거 총장은 “이미 유족들과 만나 대화를 했었고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누구와도 만나 대화할 것”이라며 “유족을 도울 일이 있다면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건 관계없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승희가 왜 이런 끔찍한 참사를 벌였는지 정확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아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버지니아주 경찰국은 범죄 동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물인 조승희의 휴대전화기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측은 수사를 계속하고는 있으나 수사 규모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참사 이후 문제를 일으킬 만한 학생들과 소통을 넓혀왔다. 이 대학 상담센터의 상담 건수도 사건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으로 가족을 잃거나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사건 이전에 비해 대학 캠퍼스 내 치안 강화와 총기 규제를 더욱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참변이 벌어졌던 버지니아공대의 상처는 사건이 있은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